부모와 자녀 관계 및 영아의 어휘력 영향ㅣ유아ㅣ육아ㅣ보육

관계는 서로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다. 따라서 관계의 질은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의 질을 결정한다. 가정은 부모
와 자녀의 기본적인 사회화가 이루어지는 작은 사회이며 이곳에서 부모-자녀는 가정의 중심을 구성하는 관계이자 한 개인이 경험하는 최초의 관계가 된다(최인재, 2005). 영아기는 부모가 일차적인 환경으로 (Bronfenbrenner, 1979) 다른 환경적인 요인보다 영아의 발달에 더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역할을 하므로 이 시기의 자녀를 둔 부모는 부모-자녀 관계가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부모와 상호관계에서 경험하는 질적 측면은 자녀의 성격 형성이나 인지 발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며 사회적 관계에서의 성공 유무에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Bronfenbrenner & Mahoney, 1975).

영아기에 언어발달은 영아의 개인적 특성과 환경적 특성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는데(Fox, Levitt, & Nelson, 2010) 개인적 특성은 고정된 부분이지만 환경적 특성은 중재와 노력으로 변화될 수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영아에게 가장 중요한 환경이 되는 부모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지원은 영아의 언어발달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국내에서 실시된 포괄적 보육서비스에 관한 3년 종단연구(이은해⋅김명순⋅전혜정⋅이정림, 2008; 이은해 외, 2010)에서 아동의 발달에 미치는 변인들 간의 경로를 분석한 결과, 부모-자녀 관계만이 지능, 언어능력, 문제행동 및 학업성취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긍정적 부모-자녀 관계는 아동의 지능, 언어능력과 학업 수행능력을 향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자녀 관계가 이처럼 중요한 의미가 있음에도 국내에서 부모-자녀 관계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부모의 양육태도나 양육 행동에 편중되어 있다. 부모와 자녀 간 상호작용의 중요성과 자녀의 성장에 따른 역동성을 고려할 때 부모-자녀 관계 그 자체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이은해 외, 2010).

해외에서는 부모-자녀 관계에서 부모가 인지하는 바가 실제 부모의 상호작용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입장에서 부모-자녀 관계의 다양한 측면들이 연구되어 왔다. 부모에 관한 초기의 연구들은 양육을 통해 겪는 어려움에 초점을 맞추어 부모가 되는 것을 위기로 간주하였다(LeMaster,1957). Russell(1974)이 부모 역할에 대하여 ‘만족’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도입한 이후에서야 부모 됨을 위기가 아닌 양육을 통해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긍정적 측면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Bowen(1982)은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기쁨과 유능감이 부모-자녀관계에 주관적인 영역으로 개념화되어 나타나는 것이 부모 역할 만족감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부모 역할에 대한 만족도는 부모 역할을 예측하는 중요한 선행 변인이 되는데 (Chase-Lansdale & Pittman, 2002) 영아기 부모는 자녀의 능력과 자녀가 이루어야 하는 발달적 과업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어야 하므로, 부모로서 자신의 역할에 만족하는 것은 중요하다(Belsky, 1984). 부모 역할에 대한 만족은 그 자체로 부모에게 큰 보상이 되지만 영아와의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더 주목해야 한다.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며 느끼는 만족감은 부모-자녀 관계를 긍정적으로 만든다(문혁준, 2001). 실제 부모의 역할을 만족스럽게 느끼는 부모들은 자녀에게 동기 유발 적이고 애정적인 관심을 많이 보이는 반면, 부모 역할에 만족하지 못하는 부모들은 자녀의 요구에 회피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거부적 태도를 취할 뿐 아니라, 처벌적인 훈육을 사용하는 등의 반응을 통하여 영아의 지
적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에 관련한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어머니-자녀 관계와 유아의 학업성취는 관계가 있다고 보고되고 있으며(Caputi, Carbonara, & Pagnin, 2012) 어머니-자녀 관계에 있어 어머니가 부모 역할에 만족하고 긍정적으로 인식할수록 자녀에 더욱 반응적이었으며(김수정, 2007; Elder, Eccles, Ardelt & Lord, 1995) 부모-자녀 관계의 질이 높게 나타났다. 또한 어머니 역할 만족도가 높을수록 어머니가 자녀에게 관심을 보이고 합리적 지도를 하며 자녀의 동기를 유발하여 자녀의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Thompson & Walker, 1989). 부모 만족도가 높은 어머니들이 영아에 대하여 반응이 높고, 영아의 어휘력은 어머니의 반응적 행동과 피드백이 중요하다는 것을 고려할 때 영아의 어휘력 발달에 있어 부모 역할 만족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한편 영아의 전반적인 발달에 있어 부모 참여의 중요성은 여러 선행연구를 통해 검증되고 있는데, 특히 자녀양육 및 교육에 대한 부모의 참여가 높을수록 영아의 언어발달과 인지 발달이 높게 나타났다. 어머니가 제공하는 언어적 입력의 양이 많을수록 영아의 어휘력 발달을 촉진하고(Hart & Risley, 1995), 어머니가 영아와 함께 공통의 주의를 기울이는 공동 주의 시간이 길수록(Tomasello & Todd, 1983), 어머니의 상호적 반응성이 높을수록(Tamis-Lemonda, Borestein, & Baumwell, 2001) 영아의 어휘력은 높게 나타났다. 또한 이채현(2013)의 연구에서는 어머니가 영아에게 말을 걸고 놀이시간을 제공하는 등 발달과 학습에 참여하는 정도가 많을수록 만 2세 영아의 표현 어휘력과 이해 어휘력이 높았다. 이처럼 선행연구의 결과를 살펴보면 영아의 어휘력 발달에 있어 부모 참여의 중요성을 유추할 수 있다.
또한 영아의 어휘력 발달에 있어 많은 선행연구 결과들은 부모가 영아의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의 중요성과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말해주는데 영아기에 부모가 자녀의 요구를 이해하지 못하고 해결방법을 찾지 못하면 원만한 부모-자녀 관계가 형성되기 어려워(Deslandes, 2006) 영아의 어휘력 발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부모가 훈육에 어려움을 가지고 자녀에게 비 일관적 참여와 통제를 하며 방관과 엄격함 사이에 혼동을 주면 자녀와 원만한 상호작용이 이루어질 수 없다.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어머니가 통제적이고 지시적인 양육방식을 보인 영아는 그렇지 않은 어머니들의 영아에 비해 이후 언어발달이 늦은 것으로 나타났으며(Saxon, Colombo, Robinson, & Frick, 2000) 허용적이고 애정적인 태도를 가진 어머니의 자녀는 거부적이고 통제적인 어머니의 자녀보다 언어능력이 더 우수하게 나타났다(이원영, 1982). 어머니가 자녀에게 반응적인 행동을 보일 때 자연스러운 발화를 유도할 수 있고,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하여 자녀의 언어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안현숙, 2008). 이를 통해 영아의 어휘력 발달에 있어 부모가 가진 훈육에 대한 인식의 중요성을 유추할 수 있겠다.
그동안 부모-자녀 관계에 대한 연구는 주로 어머니 혹은 아버지 한쪽 부모만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Lamb(1977)와 MacDonald와 Parke(1996)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자녀에게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혔으며 이는 어머니-자녀 관계와 아버지-자녀 관계를 함께 알아보아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한다. 문혁준(2001)의 연구에서는 아버지 역할 만족도가 높고 자녀와의 관계가 원만할수록 아버지가 자녀를 더 합리적이고 성취 지향적으로 양육한다는 결과를 보고하였고, Parke와 Tinsley(1984)도 아버지와 자녀 간의 관계가 자녀의 성장 및 발달에 어머니 못지않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아버지를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돌보는 양육자로 어머니와 동일 시 하였다.

아버지가 자녀양육에 참여하는 시간은 어머니에 비해 적지만 아동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머니와 비슷하며 자녀 양육에 있어 아버지와 어머니 간의 차이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Woodworth et al., 1996). 이와 같은 이유로 어머니와 아버지를 분리하여 함께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종합하면 부모 역할 만족, 부모 참여, 훈육에 대한 인식 등과 같은 부모-자녀 관계 관련 변인은 영아의 어휘력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부모-자녀 관계의 질이 높을수록 영아의 언어발달은 의미 있게 이루어진다(이은해 외, 2010; Whitehurst et al., 1988). 그러나 아직 부모-자녀 관계와 영아의 어휘력을 살펴본 연구는 적으며, 아버지와 어머니를 함께 살펴본 연구 또한 부족한 실정이므로 이에 대한 연구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