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육아정보

중도입국 아동의 특성과 한국어 교육의 방향ㅣ유아ㅣ육아정보ㅣ보육ㅣ아동문학

by URBAN CST 2020. 4. 27.

앞서 언급한 중도입국 청소년의 개념과 현황을 바탕으로, 중도입국 아동을 위한 한국어 교육을 모색하려면 이들이 처한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즉 중도입국의 이주 배경을 가지고 아동기의 발달 단계에 있는 학습자들이 언어적 측면, 정서적 측면, 사회·문화적 측면, 발달 단계 측면 등에서 보이는 문제적 특성과 학습자적 특성을 고찰해 보려고 한다.

우선 중도입국 아동은 언어적인 측면에서 어려움에 부딪히게 된다. 해외에서 출생했다가 한국으로 이주하게 되면 가장 먼저 생활환경의 변화와 함께 한국어로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는 어려움을 마주하게 된다. 전은주(2012)는 국제결혼 가정 자녀 중국 내 출생 자녀에게 한국어는 제1언어인 모국어로서 습득되기 때문에 일상적인 의사소통뿐 아니라 학교생활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고 하였다. 반면, 중도입국 자녀나 외국인 가정 자녀의 경우 한국어는 제2언어로서 일상생활과 학교생활을 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게 하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윤경동(2011)은 다문화 가정 초등학생들의 한국어 활용 능력을 진단하면서 중도입국 자녀와 일반 다문화 가정 자녀의 언어적 차이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중도입국 자녀의 언어적 특성은 일상적인 대화가 아닌 학업 측면에서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전체적으로 보통 수준 이하의 한국어 사용 능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하여 학습자 변인을 고려한 교육에 주목한 Cummins(1980, 2000, 2005)에서는 기본적인 대인관계 의사소통 능력을 의미하는 BICS(Basic Interpersonal Communicative Skills)와 인지·학업적 언어 숙달도를 의미하는 CALP(Cognitive Academic Language Proficiency) 영역으로 구분하여 제2언어 교육의 방향을 제시하였다. 즉 중도입국 아동을 위한 한국어 교육은 BICS와 더불어 CALP의 바탕을 이루는 어휘 능력이나 읽기 능력 등이 학습해야 할 특수한 영역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중도입국 아동이 보이는 언어적 어려움은 이들에게 한국어 교육이 제2언어로서 접근해야 하며, 일반 의사소통뿐 아니라 학업 수행이 가능하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데에 한국어 교육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중도입국 아동의 정서적 측면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한국으로의 이주 결정을 본인 스스로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본인이 원하지 않았지만 태어나고 자라온 환경과 멀어져 익숙하지 않은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만 하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또한 그동안 친밀도가 높았던 가족·친척들이나 유대감을 형성했던 친구들과 떨어져야 한다는 관계의 단절을 경험하기도 한다. 국제결혼 가정 자녀 중 국내에서 출생한 자녀와는 다르게 중도입국 자녀들은 낯설게 느껴지는 부모님 혹은 형제와 함께 살아야 한다는 부담감도 갖게 된다. 동시에 환경 변화에 따른 언어문화적 장벽도 함께 경험해야 한다. 이러한 언어문화적 어려움은 외국인 가정의 자녀도 마찬가지의 문제이다.

한국인 부모 가정에서 자란 학습자들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과의 언어활동을 통하여 일상적인 생활 문화와 어휘를 자주 접하고 한국의 동화나 동요 등에 자연스럽게 노출되어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익숙하게 된다. 반면 중도입국 아동은 그러한 문화적 요소에 대한 노출이나 경험 빈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이는 문제 해결 능력이나 사회·문화적 공감 능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정체성을 형성할 시기에 본인의 출신지나 문화적 배경에 대한 혼란으로 심리적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사람은 언어와 문화, 가치관, 신념, 사회, 종교 등의 많은 요인에 따라 정체성을 형성한다. Phinney(1990)는 소수자의 경우에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있어 그들 스스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나 주변 상황에 의해 받아들이게 된 것들로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런 점에서 중도입국 아동은 낯선 환경으로의 변화 속에서 주류 문화에 속하지 못하고 본인이 중심 집단과 다르다는 인식, 또는 주류에서 배제된 소외 집단이라는 인식을 통해 정체성을 형성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게 한다. 이는 국제 이주를 경험하는 중도입국 아동이 환경의 변화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느끼며, 자아 존중감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이소라, 2012). 따라서 중도입국 아동의 정서적 특성을 고려한 문화 교육 및 심리상담 교육이 지원되어야 한다. 이러한 점은 한국어 교육에서 일면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중도입국 아동의 문제적 특성을 살펴보면, 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낯선 한국 사회와 학교 문화에 대한 이질감으로부터 오기도 한다. 학령기에 해당하는 중도입국 아동은 국적 취득과 상관없이 학교생활을 하거나 사설기관에서라도 교육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가정 문화도 상당히 이질적으로 느껴지겠지만, 학교 문화도 쉽게 적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한국과 같이 집단주의적이고 상호의존적인 문화의 맥락 안에서 또래 및 교사와 사회적·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다면 학교 적응에서 심리적으로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낼 수 있다(이영선·이동훈, 2009).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본인만이 소외되거나 배제되었다는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경숙 외(2009)는 중도입국 청소년의 학교 적응에 미치는 사회적 요인으로 또래 관계와 교사와의 관계가 유의미한 영향을 준다고 보았다. 특히 교실 내에서 친구들과 집단을 형성하여 교류하거나 교사에게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고 어려움을 토로하여 심리적으로 위로 받음으로써 또래와 교사에게 강하게 애착을 형성할 수 있다고 하였다. 제갈 종기(2007)에서는 교사와의 관계가 긍정적일수록 다문화 가정 아동의 학교 적응 정도가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고, 오희선(2012)에서는 다문화 가정 청소년에게 교사와의 관계는 학교 적응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교실 내 환경과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도입국 아동이 한국에 와서 거의 처음 접하게 되는 수업인 한국어 교실의 분위기와 그 안에서 맺게 되는 학급 동료 혹은 교사와의 관계는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들을 위한 문화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지만 무엇보다 학교 문화와 교실 환경이 가장 강력한 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학습자 특성을 지닌 중도입국 아동에게 제공될 한국어 교육과정이 무엇을 담고 있어야 하는지, 그리고 이를 운영하는 한국어 교사가 어떠한 한국어 수업을 수행하는지 그 역할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중도입국 아동의 발달 단계 측면에서 학습자적 특성을 살펴보려고 한다. 중도입국 아동의 발달 단계상 특징을 Piaget의 인지발달 단계에 따라 설명한다면, 이 시기는 언어활동이 활발하며 개념이 급속도로 발달하는 전조작기(만 2~7세)를 거쳐 논리적·언어적 사고를 구체적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으로 발달시키는 구체적 조작기(만 7~9세)에 해당한다. 이 시기의 학습자는 언어 능력이 급격한 발달을 보이기 때문에 자주 듣고 읽고 말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제공했을 때 언어의 확장과 발달을 모색할 수 있다.

또한 학령기 아동 가운데 저학년 학습자일수록 활동 지향적이어서 몸 전체로 반응하는 것을 즐겨하는데, 수동적인 청자일 경우라도 들은 이야기에 맞장구를 치거나 칠판 앞에 나가 그림을 가리키는 등 동작으로 표현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이렇게 매우 활동적이다 보면 주의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한 자리에서 간단하게 끝낼 수 있는 짧은 단위의 수업 내용이나 이야기 전달이 적절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시기에는 언어와 놀이, 그림을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고, 직접 경험을 통해 개념을 형성할 수 있다. 성장 과정에서 한국으로 중도에 입국했다는 출신 배경의 특성과 함께 언어적·정서적·문화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특이점을 지니지만, 이들도 연령의 측면에서는 학령기 아동에 해당하므로 발달 단계상의 특징을 고려하여 한국어를 교수할 필요성이 있다.

이렇듯 중도입국 아동은 일차적으로는 언어적 문제에 가장 크게 직면하고 있다. 어린 나이에 입국할수록 일상적인 대화는 가능할 수 있으나 교과서나 참고서를 포함하여 읽기 교재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어휘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여 쓰기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 등은 중도입국 아동들에게서 빈번하게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또한 한국 문화가 낯설어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문화적 맥락을 파악하지 못해 소속감이나 연대감을 느끼지 못하거나, 정서적으로도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해 위축되거나 불안감을 겪기 쉽다.

아동문학은 일상생활 어휘와 표현을 익히게 할 뿐 아니라 텍스트의 읽기 활동을 통한 이해 및 감상 능력을 신장시키고 쓰기와 미술 활동을 통한 표현 능력의 신장을 기대하게 하여, 결과적으로는 학습 언어에 대한 능력도 향상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아동문학에 포함된 사회·문화 내용을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문학적 요소인 인물과 배경에 대한 이해와 동일시를 통해 정서적으로도 풍부한 감성과 공감 능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동문학 작품 이해와 함께 수행하는 다양한 문학 활동을 통해 발달 단계에 맞는 활동 지향적이고 다양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환경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제2언어로서 한국어를 습득해야 하는 중도입국 아동에게 아동문학을 활용한 한국어 교육이 적절한 교육 방안이 되리라 생각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