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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정보

유아기 자녀를 둔 아버지의 역할ㅣ유아ㅣ육아ㅣ보육

by URBAN CST 2020. 5. 2.

시대적 변화와 더불어 가족구조는 핵가족으로 단순화되고, 그 기능은 축소되었다. 생활기구의 과학화로 인한 가사노동 시간의 감소, 여성에 대한 교육 및 취업 기회의 증대, 남녀평등사상 등의 영향으로 가정에서의 남녀 역할에 다양성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문화적 변화로 각 가정의 상황이나 문화적 맥락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가정은 아버지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이해 및 재조정을 요구하게 되었다(최경순, 1993).
아버지의 역할과 책임을 논하는 데 있어 우리는 아버지의 역할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전통사회나 농경사회에서는 아버지의 역할이 다소 고정적이었던 것에 반해 현대사회는 새로운 아버지를 바란다고는 하지만 역할 정의의 모호함은 피할 수 없다. 실제 EBS 다큐프라임 연구팀이 제작한 부성탐구 기획 ‘파더쇼크’에서는 현대 사회에서 엄마의 공통점을 ‘불안’이라 한다면, 아버지의 공통점은 ‘혼란’으로 정의하였다.

실제, 서울시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아버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아버지들을 위해 더욱 강화해야 할 프로그램에 대한 물음에 아버지들은 ‘바람직한 자녀양육 방법’과 ‘아버지 역할’에 대한 교육에 대한 요구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서울시 건강가정지원센터, 2016). 우리 사회에서 아버지의 권위는 축소되고 있지만 축소되는 권위만큼이나 많은 역할과 능력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연구에서 알 수 있듯이 아버지들 역시 이전의 아버지와는 다른 아버지의 역할이 요구되는 사회와 가정의 기대와 스스로도 좋은 아버지가 되기를 바라는 노력과 바람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회와 가족 구성원은 이전 세대의 아버지의 모습이 아닌 새로운 아버지를 원한다. 또한, 아버지 스스로도 자신들의 부모세대에서 권위 있고 가부장적이고 다소 엄격했던 아버지와는 다른 모습의 아버지가 좋은 아버지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아버지 역할에 대하여 고민하고 배우고 싶어 한다. 이러한 요구는 정부와 민간을 통한 다양한 활동을 통하여 아버지가 아버지의 역할을 배우거나 스스로 가정에서 정체성을 찾고 가족과 원만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먼저, 정부를 통한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건강가정지원센터를 통해 실시되는 ‘찾아가는 아버지 교육’, ‘아버지 자조 모임’, ‘아빠와 함께하는 토요프로그램’이 있다. 민간을 통한 활동 중 대표적인 것은 ‘두란노 아버지 학교’가 있다. 두란노 아버지 학교의 경우 시작할 당시 1995년에는 65명의 수료생이 나왔던 것에 반해 2015년에는 16,022명의 수료자가 나올 만큼 아버지 교육에 있어서의 인기와 수요를 확인할 수 있다. 정부와 민간을 통한 아버지 역할에 대한 지원의 증가는 아버지 역할에 대한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고자 하는 아버지의 요구의 반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아버지가 되길 원하고 아버지들이 인정받는 좋은 아버지는 무엇인가? 아버지의 역할을 정의하는 데 있어서의 어려움은 아버지들에게 역할에 대한 혼란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들은 좋은 아버지를 역할 모델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함께 양육을 담당하는 배우자가 원하는 아버지 역할의 기대 수준은 어머니 자신과 동등한 능력을 요구하다 보니 아버지에게 좌절을 경험하게 한다. 아버지의 역할에 대한 설명은 없고 잘 해내라는 요구만 있을 뿐이다. 아버지 스스로가 역할에 대한 혼란을 겪고 있는 지금도 아버지가 가족 내에서 다른 가족 구성원인 배우자와 자녀가 원하는 역할을 잘 수행하길 바라지만, 아버지의 개인적인 특성과 아버지의 양육과 관련된 문제나 관점이 포함되어 있는 연구의 진행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마치 여성이 자녀를 출산하면 자연스럽게 모성이 생겨난다는 모성신화가 같은 아버지에게서 부성 신화를 기대하고 있을 수도 있다.
우리는 아버지가 자녀를 양육함에 있어 지켜보는 사람이 아닌 함께 하는 사람이라는 관점을 전통사회의 제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세종실록에 따르면 관청의 노비가 아이를 배어 산달이 된 사람과 산후 백일 안에 있는 사람은 사역을 시키지 말라하고 남편에게 휴가를 주지 않을 경우 그전대로 일을 하게 되어 산모를 도울 수 없어 부부가 서로 돕는 뜻에 어긋나니 아내가 아이를 낳으면 그 남편도 30일 뒤에 일하게 하라고 하였다. 신분을 막론하고 자녀를 양육함에 있어서는 모에게 전적인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 아닌 아버지와 함께 서로 도우며 양육하는 것을 우선으로 할 수 있음을 볼 수 있다. 출산과 양육이 생물학적인 결정과 사회 문화적 관습을 통해 전통적으로 여성에게 책임이 부여된 영역이라고 보고 여성의 가족 내 역할은 양육적이고 애정적인 것에 대한 믿음은 지금까지도 당위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여성의 사회진출, 맞벌이 가족의 증가는 가족의 변화와 함께 가족 역할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가정 내 아버지의 역할 중 자녀양육에 있어서의 아버지의 역할에 대한 변화가 제기되면서 아버지도 자녀를 양육할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아버지 양육 참여나 아버지 역할 대한 관심과 요구는 증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Nicholi(1985)는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산소량이 있는 것처럼 유아가 아버지와 보내는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하여 유아기 아버지의 양육 참여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였다. 자녀에게 있어 아버지는 역할 모델과 대인관계의 초석을 닦는 중요한 주춧돌이나 발판이 된다. Ross parked(2012)는 아버지의 말 한마디, 태도와 생활습관, 삶에 대한 가치관 등이 아이에게 각인되어 자녀의 미래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하여, 이것을 아버지 효과(Fathereffects)라고 이야기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아버지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출발은 1990년대 초반 ‘좋은 아버지가 되려는 사람들의 모임’이 결성되어 가족 부양뿐만 아니라 자녀양육과 교육에 적극 참여하는 ‘참여적 아버지’라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최근 사용되고 있는 친구 같은 아빠 ‘프랜대디(friend+ daddy)’와 아이와 잘 놀아주는 아빠 ‘플레이 대디(play+daddy)’란 신조어는 가족 내에서의 아버지에게 표현적이며 보다 적극적인 양육행동에 대한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아버지의 역할은 이제 가부장적이고 근대적인 아버지 상에서 벗어나 아버지 역할을 ‘해주는 일’이 아닌 ‘함께해야 하는 일’로 실천해 나가고 있다(한국가족상담교육연구소, 2013).
국외 연구에서는 1970년대 Lamb(1975)가 아버지를 ‘잊힌 양육자(공헌자)’ 지칭하면서 아버지의 역할이 재조명되기 시작하였으며, 아버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Lamb(1981)가 현대는 ‘아버지 역할의 재발견 시대’라고 하면서 현대의 아버지에 대한 역할 증가와 사회 · 경제적, 아동 발달적 측면에서 아버지 역할을 매우 중요하게 역설하였다(김은정 외, 2014).

국내 연구에서의 1980년대 이후 아버지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되기 시작하였다. 초기 아버지의 관한 연구는 가족 내 아버지의 역할(권연희, 1986;김미영, 1985;김영숙, 1986;민현숙, 1997;양장애, 1999;위영희, 1983;이연섭, 1987;이은하 외, 1991;정문자, 1987)에 관한 연구로서 아버지의 역할에 관한 문헌적이거나 실증적인 연구가 진행되었다. 가족 내 아버지의 역할은 경제적 자원을 제공하며 사회적 권력을 행사하며 가정에 안정과 보호를 제공하는 도구적인 역할뿐만 아니라 어머니와는 다른 부모(secondparent)로서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였다. 다원론적 사회에서 아버지는 어머니와는 다른 독특한 자극을 제공하여 자녀의 성역할, 성취동기, 도덕성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하였다.
가족 내 아버지의 역할의 중요성에 대한 연구를 시작으로 1990년대 아버지 연구는 아버지 역할이 실제 행동으로 나타나게 되는 양육 참여(김광웅, 1998;양장애, 1999;윤종희 외, 1993;이완정 외, 1997;이정순, 2003;정현희 외, 1992;최혜란, 1997;허선자, 1993)나 양육행동(노현미 외, 1999;우정희, 2002;이미정, 1988;최경순, 1991)이 영향을 주는 변인을 선정하여 관계성을 알아보거나 양육 참여가 영향을 받는 변인을 선정하여 관계성을 알아보는 연구로 진행되었다(라혜미 외, 2012). 한국 여성정책연구원(1995)에서 실시한 부성 개발에 관한 연구를 살펴보면 사회와 가족 구성원이 기대하는 아버지의 역할, 실제 아버지의 역할 수행 형태는 어떠한지 살펴보았다. 또한, 아버지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장애가 되는 요인을 살펴보고 이를 제도적, 의식적 차원에서 개선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는 아버지의 역할에 대한 관심을 정책으로 반영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이후 아버지 역할의 중요성과 함께 가정 내 아버지의 모습이 가정에서 권위를 지키는 것보다 가사를 분담하고 자녀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바람직하고 건강한 것으로 생각되면서 아버지의 양육 참여가 자녀의 다양한 발달적 특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되기 시작하였다. 아버지의 양육 참여와 아동의 사회적 능력 간의 관계를 살펴본 최경순(1993)의 연구에 따르면 아버지의 양육 참여 특히 여가활동과 생활지도의 참여가 높을수록 아동의 유능성 ·지도력 ·부모에 대한 애정이 높다고 하였다. 또한, 아버지의 양육 참여 자체가 저조하여 아버지에게 부모로서의 정보·지식·태도에 대한 교육 등을 통해 양육 참여의 기회를 높여야 한다고 이야기하였다. 윤서영 외(1999)는 아버지가 아버지의 역할을 받아들이고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책임감 있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아버지의 자녀가 대인 적응, 자아 적응, 정서 적응, 가족 적응의 사회적 적응력이 높다고 하였다. 최윤희 외(2000)는 아버지의 자녀양육 참여도 아동의 성격특성과 상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아버지의 양육 참여가 높을수록 자녀의 성격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정희 외(2003)는 아버지의 양육태도가 자율적 ·애정적 태도를 취할수록 유아의 사회적 능력이 향상된다고 하였다. 김정화 외(2007)의 연구에서는 아동이 지각한 아버지의 양육행동 및 아동의 학습태도와 아동의 대인관계 스트레스 간에는 유의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동에 대한 아버지의 양육행동이 애정적이고, 자율적이고, 적절하게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거나 하면 아동의 학업에 대한 흥미가 증가되고 대인 친근하고 화목한 교우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하였다. 장영애 외(2008)는 아버지가 온정적이고 수용적인 양육행동을 지닐수록 유아의 친사회적 행동을 발달시키고 자아개념을 높인다고 하였다. 최항준 외(2013)는 아버지의 양육 참여는 어머니보다 소극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자녀의 어린이집 적응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채진영(2013)의 연구에 따르면 아버지의 양육행동이 허용적이고 민주적일 경우 중학생 자녀의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석원 외(2014)는 아버지의 양육 참여는 아동의 또래 놀이 상호작용에 직접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아버지가 자녀와 더 많이 놀아주고, 함께 목욕을 하거나 밥을 먹여주는 등, 양육 참여를 통해 자녀와 함께 할수록 자녀가 또래와의 놀이 상황에서 긍정적 상호작용이 많이 나타나며 놀이 방해, 놀이 단절과 같은 부정적 상호작용은 감소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연구들로 인해 아버지는 어머니와 구별되는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는 어머니와 다른 성격을 지닌 부모로서의 역할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버지의 양육 참여나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 등에 관한 연구와 함께 아버지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와 분석을 요구하는 연구가 진행되면서 아버지의 역할 수행이나 갈등(강란혜, 2000;김소영 외, 2000;서혜영 외, 1999;이영환 외, 1999), 양육스트레스(조선화 외, 1999;조선화, 2001)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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